🧒 그 순수한 영혼을 위해

2023. 3. 17.

🧒 그 순수한 영혼을 위해

vol.184

🧒 그 순수한 영혼을 위해

⟪조조래빗⟫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를 저번 주에 만났어요. 어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친구는 많아?’ “학교는 어때?”라는 질문에 조잘조잘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죠. ‘조카에게 처음 만난 사회는 어땠을까? ‘하고요.

유치원과 달리 숙제도 있고, 혼도 나야 하고 무서운 6학년 형이 괴롭히면 어떡하죠? 이제부터 겪게 될 고난의 시작이 너무 걱정되는거에요. 하지만 다 잊고 응원의 말을 건넸죠. 마치 이 영화처럼요.

순진한 나치 어린이 대모험

사랑하는 히틀러를 상상 친구로 삼은 평범한? 나치 어린이 ‘조조’. 겁 많지만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10살이기에 나치의 청소년 조직 히틀러 유겐트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의욕만 앞서다 수류탄이 터져 부상을 입고 말았어요. 지금은 집에서 요양만 하고 있고요.

하지만 심심하지는 않아요. 상상 친구 ‘히틀러’도 있고,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잘 알아주는 엄마가 있는걸요. 아빠가 없는 상황에서 엄마는 조조가 축 처져있지 않도록 의욕을 북돋아 주는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엄마는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어요. 이상한 소리에 집을 살펴보던 조조는 어머니가 숨겨놓은 다락에 숨어있는 유대인 소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끔찍한 괴물 유대인’ 같지는 않아요. 배 속에 나비가 있는 듯 간질간질한 마음과 함께, 조조는 혼란스러워집니다. 사랑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에서요.

독일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전개됩니다. 마치 어릴 때 교과서에서 봤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처럼 조조가 보는 세상은 실제와는 조금 달라요. 우리가 아는 나치 독일과는 다르게 어찌 보면 즐겁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죠.

‘상상 친구 히틀러’라는 소재도 그래요. 얼핏 보면 끔찍하지만, 그 속에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빠도 없는 상황에서 의지하고 싶은 존재로 TV에 나오는 선망의 대상 히틀러를 선택한 어린 마음이 있거든요. 그렇기에 ‘상상 친구 히틀러’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표현되죠.

이런 밝은 분위기는 약방에 감초 같은 등장인물들 덕분에 더 극대화됩니다. 항상 눈을 마주 보며 동일한 시선에서 조조를 바라보며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엄마는 등장할 때마다 영화를 따듯하게 해주죠. 아! 보일 때마다 함박웃음을 짓게 하는 조조의 친구, ‘요키’도 빼놓을 수 없고요.

결국은 행복해야 해요